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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충격 시리즈

독일 신발 문화 - 현관 앞 신발이 없는 이유

by daon-nuri 2025. 4. 20.

독일을 처음 여행하면서 가장 의외였던 순간 중 하나는, 게스트하우스나 에어비앤비에 도착해 신발을 벗으려 할 때였다.
자연스럽게 현관 앞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려던 내게, 주인이그냥 들어오셔도 돼요라고 말했을 때의 당황스러움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는 실내에서 신발을 벗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지만, 독일에서는 신발을 신은 채 실내 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였다
현관에 신발장이 없고, 실내 슬리퍼를 제공하지 않는 숙소도 많았다.
그만큼 '실내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독일에는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그 문화의 배경과 이유를 알고 나니 오히려 독일식 실내 문화가 어떤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 글에서는 독일의 '신발을 벗지 않는 실내 문화'를 직접 경험한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문화적 사고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신발을 벗지 않는 것은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실용주의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은 채 생활한다.
가정집은 물론이고,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도 별도의 신발장이 없고, 신발을 벗는 행위 자체가 어색하게 여겨질 정도다.

 

이런 문화의 배경에는 독일 특유의실용주의적인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

독일 사람들에게 집은편안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공간이라는 의미도 강하다.


그래서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다시 신고 하는 과정을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땅과 연결된 단독주택이나 작은 정원을 가진 집에서는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그렇게 강하지 않다.
그보다는 청결을 유지하는 방식을 다르게 접근한다.


바닥을 자주 청소하고, 먼지와 흙을 털어내는 데 집중하지, 신발을 벗는 것 자체를 위생의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

결국신발을 신은 채 실내를 다니는 문화는 게으르거나 위생관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효율성과 생활 방식에 따른 선택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독일 신발 문화

 

신발을 벗는 문화는 오히려 사적인 영역일 수 있다

 

독일에서도 신발을 벗는 문화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가족끼리 지내는 아주 사적인 공간에서만 해당된다.
예를 들어 침실이나 개인 방 안에서는 실내화를 신거나, 양말만 신은 채 다니는 경우가 있지만,
손님이 왔을 때 신발을 벗게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손님에게 신발을 벗게 하면불편하게 만든다는 인식이 더 강하다.

실제로 내가 현지 친구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무심코 신발을 벗으려 했더니여긴 괜찮아요, 그냥 들어와요라는 반응을 들었다.


그리고는 손님에게 신발을 벗게 하는 건 실례일 수 있다고 설명해줬다.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이 손님 대접의 기본이라는 개념이
신발을 벗게 하지 않는방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런 문화를 이해한 뒤에는 나도 더 이상 현관 앞에서 당황하지 않게 됐다.
그들의 기준에서 실내 청결이나 손님 예절은 신발을 벗느냐 마느냐보다, 함께 있는 시간을 얼마나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느냐에 가까웠다.

 

서로 다른 생활방식은 서로의 시선에서 이해해야 한다

 

처음엔 신발을 벗지 않는 문화가 위생적으로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 더 관찰해보면, 독일 사람들은 바닥에 앉는 문화가 거의 없고, 신발을 신은 채 생활하는 것과 동시에
청소에 굉장히 철저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주말마다 바닥을 닦고, 외출 후 신발은 현관이 아닌 신발장 안으로 바로 들어가며, 아이들이 노는 공간은 따로 실내화나 양말 착용을 권장하는 등 각자의 방식대로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존재한다.

 

문화는 결국익숙함의 문제다.
우리에겐 신발을 벗는 게 위생이지만, 그들에게는 신발을 신은 채 생활하면서도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익숙한 방식이다.
그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불편하거나 이상하다고 느꼈던 행동들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독일 실내 문화 이면에 숨은 배려

 

독일에서 신발을 벗지 않는 문화는 처음엔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안에는 실용적인 사고방식, 손님을 배려하는 태도, 그리고 서로의 생활 방식에 대한 존중이 깔려 있었다.

 

무엇이 맞고 틀리다는 기준이 아니라, 다름을 받아들이고, 상대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과정이
문화의 이해라는 것을 독일의 현관에서 배우게 될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