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행을 하다 보면 거리 풍경 속에서 의외의 모습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공공장소에서 강아지를 동반한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다. 카페 안에서도, 전철 안에서도, 그리고 식당이나 쇼핑몰에서도 강아지는 마치 한 명의 시민처럼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반려견과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은데,독일에서는 강아지와 함께하는 모습이 일상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에 반해 고양이는 생각보다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독일에서 고양이를 마주친 기억은 대부분 창가나 베란다 안쪽에서 조용히 누워 있는 모습이 전부였다. 이처럼 독일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문화 자체가 강아지 중심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글에서는 독일 여행 중 실제로 체감했던 반려동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정리해 보면서, 왜 독일에서는 강아지가 공공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고양이는 조용히 집 안의 구성원으로 머무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독일에서 강아지는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다
처음 독일에 도착해 거리와 공공장소를 둘러보다 보면, 강아지가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지하철 안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심지어 레스토랑 안에서도 강아지가 앉아 있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특별히 애견 동반이 허용된 곳이라기보다, 대체로 어느 공간이든 강아지 동반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물론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데에는 조건이 따른다. 목줄 착용은 기본이고, 짖거나 흥분하지 않도록 훈련이 잘 되어 있어야 하며, 공공장소에서 배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준비가 철저하다.
이러한 기본적인 예절이 철저하게 지켜지기 때문에, 강아지가 공공장소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 번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의 손님이 무릎에 조그마한 강아지를 앉히고 있었고, 점원이 자연스럽게 강아지용 식수 그릇을 가져다주는 모습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강아지가 공공의 공간 속에서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우받는다는 인상을 받은 순간이었다.
고양이는 집 안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반면 고양이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존재였다. 길거리에서도, 공공장소에서도 고양이를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적은가 싶었지만, 실제로는 많은 가정에서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고 있었고, 단지 그 생활방식이 강아지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고양이를 공공장소로 데려가는 문화가 거의 없다. 고양이는 대체로 집 안에서 머무르고, 창밖을 바라보거나 실내 공간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 그런 모습은 어쩌면 독일 사람들의 개인주의적인 성향과도 닮아 있었다. 고양이를 억지로 외부로 데려가는 것보다, 그 동물이 편안한 공간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걸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강아지는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역할을, 고양이는 독립적이지만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조용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서로 다른 존재 방식이지만, 각각의 방식에 맞게 존중받는 구조는 독일이 반려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분명한 일관성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강아지가 사회에서 받아들여 지기까지는 ‘책임’이 먼저다
이렇게 강아지가 당당하게 공공장소를 다닐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사회가 관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견주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크게 느꼈다.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면, 강아지가 흥분하거나 사람에게 달려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주인은 항상 강아지를 주시하고, 행동을 조절하고 있었으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스스로 통제하고 있었다. 또한 배변봉투를 가지고 다니며 처리하는 모습도 기본이었고, 지하철 안에서도 강아지가 짖거나 낑낑거리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이런 질서와 예절이 자리잡아 있기 때문에, 독일 사회는 반려동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즉, 무조건적으로 허용되는 문화가 아니라, ‘잘 훈련된 반려동물’이라는 조건 하에서 공존이 가능해진 구조라는 점이 중요하다.
독일에서의 반려동물 문화는 단순히 귀여움이나 애정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그 안에는 동물에 대한 존중, 책임감 있는 태도, 그리고 사회적 규칙 속에서의 공존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강아지는 외부 공간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고양이는 조용히 실내에서 함께 존재하는 구성원으로 각자의 위치를 존중받고 있었다.
여행자 입장에서 처음에는 문화적으로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꿔보면 그 안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생각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그 태도는 단순히 반려동물 문화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독일 특유의 정돈된 질서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문화충격 시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신발 문화 - 현관 앞 신발이 없는 이유 (0) | 2025.04.20 |
---|---|
독일인의 무표정 속의 정중함 (0) | 2025.04.19 |
독일인의 대화 방식 - 직설적인 표현은 공격이 아니라 배려다 (0) | 2025.04.19 |
독일인의 시간 개념 - 시간 약속은 생명처럼 여긴다 (0) | 2025.04.18 |
스킨십이 많은 프랑스 식 인사 법, ‘비스(Bise)’ (0) | 2025.04.17 |
프랑스인의 거리 두기 문화 - 냉정한 듯한 태도 속 숨은 예절 (0) | 2025.04.17 |
프랑스 휴식 문화 – 점심시간에 문 닫는 가게들의 비밀 (1) | 2025.04.17 |
프랑스 식사 예절과 긴 식사 시간에 담긴 철학 (0) | 2025.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