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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충격 시리즈

프랑스인의 거리 두기 문화 - 냉정한 듯한 태도 속 숨은 예절

by daon-nuri 2025. 4. 17.

프랑스를 여행하면 가장 먼저 매혹되는 건 거리의 예술성과 사람들의 세련된 분위기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가 보면, 어딘가 모르게 ''을 긋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카페에서 옆 테이블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거나, 길을 물을 때 친근하게 접근하는 건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그런 행동이 불편함이나 경계심을 유발할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정서적 거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빠른 친밀감보다는 시간에 따라 관계를 천천히 쌓아가는 것을 선호한다.

이 글에서는 외국인 여행자의 시선으로 프랑스식 거리두기 문화가 어떻게 일상 속에서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프랑스인의 사고방식과 인간관계의 방식을 풀어보려 한다.

 

왜 이렇게 차갑지?” – 프랑스인의 거리두기, 알고 보면 따뜻한 예절

 

프랑스를 여행하거나 살다 보면 처음엔 낯설고 심지어는 서운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해도 무표정으로 지나치는 사람, 옆자리에 앉아도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사람들, 좁은 길에서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까지. 이럴 때 한국인이라면무뚝뚝하다’, ‘정이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나 역시 프랑스 여행 초반에는 이런 거리감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았다.

그 냉정해 보이는 태도 속에는 오히려 상대방을 존중하는 깊은 예의와 배려가 담겨 있었다는 사실을.

 

프랑스인의개인 공간문화는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불필요한 간섭을 피하고,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기 위한 철학적인 거리두기.

 

프랑스식 거리두기: 무례함이 아닌 배려의 표현

 

한국이나 일부 아시아권 문화에서는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빠르게 친해지려는 시도가 자연스럽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예의.

친구 사이가 아니고서야 개인적인 질문을 자제하고, 상대의 사생활에 대해 먼저 묻지 않는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옆자리가 비어 있다면 굳이 가까이 앉지 않고, 심지어 식당에서도 서로의 테이블 간 간격을 넓게 두는 걸 선호한다.

이러한 태도는 겉보기에 쌀쌀맞고 거리감 있어 보일 수 있지만, 프랑스인들에게는 나는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겠습니다라는 조용한 배려의 방식이다.

 

특히 초면에 너무 다정하게 다가가는 것을 경계하는 이유도, 억지 친밀함이 상대방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문화적 인식 때문이다.

프랑스 거리두기 문화

 

말 걸지 않음은 무례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같은 공간에 함께 있거나, 몇 번 마주쳤다면 인사나 간단한 말이라도 건네는 게 자연스럽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엘리베이터나 상점에서 조용히 있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심지어 아파트 이웃끼리도 잘 알기 전에는 간단한 인사 외엔 대화를 자제하는 편이다. 이를 한국식 정서로 해석하면무관심하다혹은싸늘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음으로써 당신의 공간과 분위기를 지켜줄게요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다시 말해, 프랑스 사회에서는 상대가 먼저 마음을 열기 전까지는 가볍게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존중의 표현인 셈이다.

 

이러한 거리두기는 직장, 학교, 심지어 가족 간에도 일정 부분 존재한다.

 

개인 공간을 중시하는 프랑스인의 삶의 방식

 

프랑스인들은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되, 의도적으로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서로의 공간을 지켜주는 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카페에 혼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일은 드물며, 누군가 이어폰을 끼고 있다면 그건 지금은 나만의 시간입니다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더 나아가 이들은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다.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마음을 열면 매우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는 조용하고 차가운 것처럼 보였던 그들이, 어느 순간 나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고, 조용히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나는 프랑스식 관계 맺기의 또 다른 면을 이해하게 되었다.

 

차가운 듯 다정한 거리프랑스인의 숨은 예절

 

프랑스의개인 공간 존중문화는 단지 사회적 거리두기 그 이상이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고, 억지로 끌어들이지 않으며, 타인의 리듬에 맞춰주는 삶의 태도. 때로는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이 거리감이, 실은 가장 따뜻한 배려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친절을다가가는 것으로만 이해하지만, 때로는 다가가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존중일 수 있다.

프랑스인의 냉정한 듯한 태도 속에는선을 지키는 다정함이 숨어 있다.

 

그들의 문화 속에서 우리는 관계의 새로운 방식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여행의 묘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