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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막힐지 모르는 도시 – 자카르타의 교통 체증은 일상이었다 자카르타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이 도시에 꽤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인도네시아의 수도이자 동남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높은 빌딩과 쇼핑몰, 수많은 사람과 차량이 활기차게 움직일 거라는 상상을 하며시내 중심지에 숙소를 잡았다.하지만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첫날,나는 자카르타라는 도시를 가장 먼저 차 안에서 ‘정지된 채로’ 만나게 되었다. 도착한 날은 평일 오후였다.차가 막히겠거니 예상은 했지만,길은 단순히 ‘막힌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한 시간 동안 차가 거의 제자리에서만 움직였고,‘다 와 가요’라는 기사님의 말은 거의 농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도시는 거대했지만, 이동은 느렸고,자카르타에선 ‘이동 시간’보다 ‘정체 시간’이 일상을 구성하고 있다는 걸 금세 깨닫게 됐다... 2025. 5. 2.
자연 속에서 사는 발리 우붓 숙소 구조 인도네시아 우붓에 도착하기 전, 나는 걱정이 하나 있었다.“에어컨 없는 숙소에서 열흘 동안 잘 버틸 수 있을까?”열대기후 지역이라는 인식 때문에, 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 실내 냉방 없이 지내는 건왠지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 숙소에 도착해 지낸 며칠 동안, 나는 내 걱정이 쓸모없었다는 걸 곧 깨닫게 됐다.에어컨 없이도 충분히 시원했고, 심지어 공기가 더 쾌적하게 느껴졌다. 우붓에서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단순한 ‘컨셉’이 아니라,생활 구조 자체로 녹아든 현실이었다.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는 대신, 창을 활짝 열고 바람이 지나가게 하며햇빛, 나무, 바람이 함께 드나드는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그건 처음엔 낯설었지만, 며칠 후엔 도리어 ‘왜 이렇게 시원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였다. 창.. 2025. 5. 1.
우붓의 이동법 - 오토바이 없으면 아무 데도 못 간다 우붓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여기를 ‘걷기 좋은 예술 마을’이라 생각했다.자연이 풍부하고, 거리도 조용하고, 카페나 요가 스튜디오가 가까운 곳에 모여 있으니도보로 돌아다녀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며칠 머무는 동안, 숙소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보도블럭은 사라졌고,햇살은 강하게 내리쬐었고, 생각보다 길은 한적하지도, 평탄하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괜찮을 거라며 구글 지도를 켜고 걷기 시작했지만,우붓에서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무척 제한적이었다.좁은 길에 차와 오토바이가 동시에 다니고,보행자 도로는 있어도 울퉁불퉁하거나 중간에 끊기는 곳이 많았다.거리에 가게들은 많지만, 그 사이사이의 간격은 꽤 멀었고,무심코 “걸어가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곧 “땀이 비처럼 흐르는 체험”으.. 2025. 5. 1.
발리 종교와 일상 – 경계 없는 신성함 우붓에 머문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거리 구석구석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작은 카페를 발견했고,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음료를 한 잔 주문한 후 테라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그런데 문득, 카페 바로 옆 공간이 마치 절처럼 보였다.돌로 된 사각 제단 위에 꽃과 향이 놓여 있었고, 그 옆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은 한 여성이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나는 잠시 ‘여기가 사원이었나?’ 하고 주변을 살폈지만, 그곳은 분명 카페의 마당 한 켠이었다.사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풍경.그 조용하고도 신성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우붓이라는 곳이 가진 특별한 공간 감각을 처음으로 체감하게 됐다. 사원과 가게가 나란히 존재하는 거리 풍경 우붓 거리에는 전통적인 사원이 꽤 많다.하지만 그.. 2025. 4. 30.
발리 우붓 제사 문화 - 매일 아침 제사를 준비하는 마을 인도네시아 발리, 그중에서도 우붓에 머물며 가장 먼저 감지한 건공기 속에 가볍게 떠다니는 향 냄새와 함께 깔린 조용한 긴장감이었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으러 나가면 늘 거리 바닥에 놓인 작은 사각형의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그 안에는 꽃잎과 쌀, 비스킷, 작은 향이 함께 놓여 있었고, 그 곁엔 어김없이 두 손을 모으고 짧은 기도를 올리는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이 낯설지만 반복되는 풍경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매일 아침 우붓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리듬과 마음을 담은 의식이었다. 처음에는 이것이 사원에서만 이루어지는 종교적 제사라고 생각했지만,며칠 머무는 동안 카페, 호텔, 가게, 심지어 ATM 기계 앞에서도이 ‘찬나’(Canang Sari)라고 불리는 공양물은 꾸준히 등장했다.그리고 그 위에 얹혀진 향에.. 2025. 4. 29.
영국 공연 관람 예절 - 조용한 감상의 나라 런던에 머물던 어느 날, 현지 친구와 함께 연극을 보러 갔다.작은 극장이었지만 배우들의 몰입도는 놀라울 정도로 높았고, 공연이 끝나자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자연스럽게 박수를 치려던 순간, 주변 관객들이 손뼉도 치지 않고 조용히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나 혼자 너무 과한 반응을 보인 건 아닐까 싶어 손을 멈추게 됐다. 공연장이나 영화관, 심지어 박물관에서도 영국 사람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했다.좋아도 티 내지 않고, 싫어도 소리 내지 않는 그 차분함은 어떤 땐 감탄스럽고, 또 어떤 땐 거리감으로 다가왔다. 이 글에서는 여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영국 공연 관람 문화의 특징과 그 이면에 숨은 문화적 태도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감정 표현보다 ‘방해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영국에서는 공연을 보는 행위.. 2025. 4. 27.